[로봇 하드웨어 03] - 엑추에이터 (2): 감속기

Physical AI 관점에서 본 다관절 로봇 하드웨어 - 감속기

Physical AI 관점에서 본 다관절 로봇 하드웨어 시리즈

감속기(Reducer)는 모터의 고속·저토크 출력을 로봇 관절 구동에 필요한 저속·고토크로 변환하는 기계 장치입니다. 일반적인 BLDC 모터는 회전 속도는 빠르지만 토크가 부족하기 때문에, 무거운 링크를 들어 올리고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다관절 로봇에서는 감속기가 필수적입니다.

로봇의 구동 방식은 감속기를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나뉩니다. 벨트나 케이블을 이용해 모터와 관절을 멀리 떨어뜨려 배치(Remote Actuation)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다관절 로봇은 모터 축에 감속기를 직접 연결하여 모듈화한 형태를 사용합니다.

이러한 감속기로는 다음과 같은 종류들이 있습니다.

  1. 하모닉 드라이브 감속기 (Harmonic Drive)
  2. 유성기어 감속기 (Planetary Gearbox)
  3. 사이클로이드 감속기 (Cycloidal Drive)

이러한 일체형 구조가 선호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1. 공간 효율성: 관절 내부에 구동계를 집약시켜 로봇의 부피를 줄일 수 있습니다.
  2. 높은 강성: 벨트나 케이블처럼 늘어나는 요소(Compliance)가 없기 때문에 동력 전달이 즉각적입니다. 또한, 감속기 자체에 내장된 고강성 베어링(Cross-roller bearing 등)이 외부의 모멘트 하중을 효과적으로 지지해 줍니다.

하지만 로봇 공학의 관점에서 감속기는 단순히 $T_{out} = N \times T_{in}$ 이라는 공식으로 토크만 키워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감속기의 종류와 감속비($N$), 그리고 내부 마찰 특성은 로봇의 출력 임피던스(Output Impedance), 역구동성(Backdrivability), 그리고 제어 대역폭(Control Bandwidth)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변수입니다. 이후에 다를 로봇 동력 전달 메커니즘과 함께 감속기는 로봇의 물리적 성격 자체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감속기가 로봇의 성능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1. 물리적 상호작용 (Physical Interaction) 관점
  2. 제어 성능 (Control Performance) 관점

1. 물리적 상호작용: 출력 임피던스와 역구동성

“로봇이 외부 환경과 접촉할 때 느껴지는 물리적인 ‘무게감’이나 ‘저항’을 기계적 임피던스(Mechanical Impedance)라고 합니다. 이는 역구동성(Backdrivability)—즉, 환경이 엑추에이터의 출력 축에 힘을 가해 모터의 로터를 거꾸로 회전시킬 수 있는 능력—과 직결됩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기계적 임피던스 $Z(s)$는 외부에서 가해진 힘(토크) $T(s)$와 그로 인한 속도 $\omega(s)$의 비율로 정의됩니다.

\[Z(s) = \frac{T(s)}{\omega(s)} = J_{eq}s + B_{eq} + \frac{K_{eq}}{s}\]

여기서 $J_{eq}$는 등가 관성, $B_{eq}$는 등가 점성 마찰, $K_{eq}$는 등가 강성을 의미합니다. 로봇 관절에서 이 임피던스 특성을 결정짓는 가장 지배적인 요소는 바로 감속비($N$)에 의한 반사 관성(Reflected Inertia)내부 마찰입니다.

마찰 역시 임피던스 식의 $B_{eq}$ 항에 기여하며, 역구동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특히 웜 기어(Worm Gear) 같이 구조적으로 마찰이 큰 감속기는 ‘힘의 문턱값(Threshold)’을 높여, 작은 외력에는 임피던스가 무한대인 것처럼(전혀 움직이지 않음) 반응하게 만듭니다.

마찰은 단순한 에너지 손실(Loss)을 넘어, 시스템의 에너지 흐름 방향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는 비대칭성(Asymmetry)을 유발합니다. 이는 감속기의 동역학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에너지 흐름의 비대칭성: Forward vs. Backward Driving

에너지 흐름은 구동 주체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기구학적 구조상 BWD 효율($\eta_b$)은 FWD 효율($\eta_f$)보다 항상 낮게 나타납니다. 감속기의 내부 마찰이 클수록 $\eta_b$는 급격히 감소하며, 특정 임계점 이하에서는 0이 되어 역구동이 불가능한 Self-locking 상태가 됩니다. 이는 외부 충격이 모터로 전달되지 않고 감속기 내부에서 소산되거나 부품 파손을 유발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효율의 비대칭성은 로봇의 Apparent Inertia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을 초래합니다. 겉보기 관성이란 물리적인 질량 자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가한 힘($F$) 대비 실제 발생하는 가속도($a$)’의 비율($F/a$)이 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실제 로봇 팔(Manipulator)을 손으로 직접 밀어보는(Backdriving) 상황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 vs. 협동 로봇 (Cobot)

  1. FWD 상황 (모터 구동): 모터가 로봇 팔을 움직일 때는 마찰력이 단순히 ‘극복해야 할 손실 토크’로 작용합니다. 모터는 설계된 토크 상수에 따라 전류를 소모하며 마찰을 이겨내고 가속합니다. 이때 제어기 관점에서 시스템의 관성은 모터 로터와 링크의 물리적 관성 합으로 일정하게 모델링됩니다.

  2. BWD 상황 (외부 외력 구동): 전원이 꺼진 로봇 팔을 사람이 손으로 밀어서 움직이려 할 때, 사람의 힘(Input Force)은 감속기 내부의 마찰을 먼저 이겨내야 모터 로터를 회전(가속)시킬 수 있습니다.

    • BWD 효율($\eta_b$)이 낮으면, 외부에서 가한 힘의 대부분이 마찰로 소실되고 아주 적은 힘만이 실제 운동 에너지(가속)로 전환됩니다.
    •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큰 힘을 주었으나 로봇은 거의 가속되지 않습니다.
    • ($F \gg ma$) $\rightarrow$ 이 현상은 사용자에게 마치 로봇 팔이 엄청난 질량(관성)을 가진 물체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즉, BWD 효율이 낮을수록 겉보기 관성은 실제 물리적 관성보다 훨씬 크게 증폭되어 나타납니다. 이것이 고감속비 기어박스를 장착한 로봇이 외부 충격에 대해 ‘딱딱하게(High Impedance)’ 반응하여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파손되는 동역학적 원인입니다.

물론, 높은 감속비가 반드시 낮은 역구동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어 치형 최적화 등을 통해 마찰을 극단적으로 줄인 Bilateral Drive Gear와 같은 사례에서는 100:1 수준의 고감속비에서도 85% 이상의 높은 BWD 효율을 확보하여 역구동이 가능함을 보였습니다.그러나 마찰을 최소화하여 역구동성을 확보하더라도, 기어비($N$)가 존재하는 한 물리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반사 관성 (Reflected Inertia)

설계를 최적화하여 마찰을 ‘0’으로 만든 완벽한 감속기가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렇다면 이 감속기는 깃털처럼 가볍게 역구동 될까요?

정답은 “아니요”입니다. 여전히 엄청나게 무겁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 이유는 마찰(Friction) 때문이 아니라, 감속비($N$)에 의해 증폭된 반사 관성(Reflected Inertia) 때문입니다.

\[J_{reflected} = N^2 \cdot J_{motor}\]

왜 “무겁게” 느껴지는가?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외부에서 로봇 팔을 툭 쳐서 움직이려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감속비가 100:1인 로봇 팔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로봇 팔(출력축)을 1도 움직이려면, 안쪽에 있는 모터(입력축)는 100도를 회전해야 합니다. 즉, 여러분이 팔을 툭 치는 그 짧은 순간에, 모터 로터는 100배의 가속도로 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모터 로터 자체는 작고 가볍지만, 그것을 순식간에 고속으로 가속시키려면 엄청난 힘($F=ma$)이 필요합니다. 이때 여러분의 손끝에는 “모터를 가속시키는 데 필요한 힘”이 저항감으로 느껴지는데, 이것이 마치 로봇 팔 자체가 엄청난 질량을 가진 것처럼(무겁게) 느껴지는 착각을 일으킵니다.

이 “가짜 무게감”은 기어비의 제곱($N^2$)으로 늘어납니다.

마찰 vs. 관성: 무엇이 다른가?

이 두 가지는 외부에서 로봇을 만질 때 서로 다른 느낌의 저항을 줍니다.

  1. 마찰 (Friction):
    • 느낌: “뻑뻑하다” 또는 “찐득하다”.
    • 특징: 힘의 문턱값(Static Threshold)으로 작용합니다. 일정 힘 이상을 주면 움직이기 시작하지만, 멈추면 다시 뻑뻑해집니다.
  2. 반사 관성 (Inertia):
    • 느낌: “묵직하다” 또는 “거대한 바위를 미는 것 같다”.
    • 특징: 운동의 변화(가속)에 저항합니다. 천천히 밀면 밀리지만, 빠르게 툭 치려고 하면 꿈쩍도 하지 않고 버팁니다.

충격과 파손의 원인

고감속비 시스템에서는 마찰을 줄여서 부드럽게 만들더라도, 이 $N^2$배의 관성 때문에 “빠른 충격”에는 대응하지 못합니다.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로터가 즉각적으로 가속하며 물러나 주어야 충격이 흡수됩니다. 하지만 관성이 너무 크면 로터는 제자리에 정지해 있으려 하고(동적 임피던스가 높음), 갈 곳 잃은 충격 에너지는 결국 가장 약한 부위인 감속기 내부의 기어 이빨을 부러뜨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결론적으로:

동적 상호작용이 필수적인 로봇 설계에서는 마찰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감속비의 제곱으로 증가하는 반사 관성($N^2$)은 물리적으로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마찰이 적은 기어를 사용하더라도 감속비가 높다면, 외부 충격 시 로터가 즉각적으로 가속하지 못해(High Impedance) 충격 에너지가 기계적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새로운 구동 메커니즘이 필요하게 됩니다.

  1. QDD (Quasi-Direct Drive): 기어비($N$) 자체를 낮추어 반사 관성을 최소화하는 방식.
  2. SEA (Series Elastic Actuator): 구동기와 부하 사이에 탄성이 있는 스프링을 배치하여, 충격 에너지를 스프링이 대신 흡수하도록 하는 방식.

QDD 와 SEA 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후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제어 성능: 감속비와 제어 대역폭

감속기는 로봇의 제어 대역폭(Control Bandwidth)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일반적인 다관절 로봇의 제어기는 라그랑쥬 방정식을 통해 시스템의 동역학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됩니다. \(M(q)\ddot{q} + C(q, \dot{q})\dot{q} + G(q) = \tau\)

다음 포스트 : [로봇 하드웨어 04] - 엑추에이터(3): QDD 엑추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