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하드웨어 02] - 엑추에이터 (1): 모터

Physical AI 관점에서 본 다관절 로봇 하드웨어

엑추에이터란?

엑추에이터(actuator)는 로봇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구동 부품입니다. 센서가 환경을 느끼고, 제어기가 판단을 내린다면, 엑추에이터는 그 결과를 물리적인 힘과 운동으로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엑추에이터는 “어떤 시스템에 물리적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장치”를 뜻합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모두 엑추에이터에 해당합니다. 즉, 사전적으로는 모터 하나만 있어도 엑추에이터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 하드웨어 문맥에서 엑추에이터라는 말은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됩니다.

다관절 로봇에서 모터 단독으로 관절을 구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로봇에서는 모터가 빠르게 회전하고 감속기를 통해 속도를 줄이는 대신 토크를 키워 관절을 움직입니다.

그래서 로봇 하드웨어에서 “엑추에이터”라고 하면, 보통은 전기 모터 + 감속기를 하나의 구동 단위로 묶어서 지칭합니다.

이 조합이 관절의 출력 특성, 역구동성, 발열, 제어 성능을 사실상 결정하게 되죠. 같은 제어기 사용하더라도, 엑추에이터 구성이 달라지면 로봇의 움직임과 접촉 반응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엑추에이터는 로봇 성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로봇 분야에는 공압식 엑추에이터 (pneumatic actuator) 나, 소프트 재료를 이용한 엑추에이터도 존재합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이런 엑추에이터들은 범위에서 제외하겠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는 로봇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전기 모터 기반 엑추에이터를 중심으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감속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다루고, 이 글에서는 우선 모터가 어떤 구조와 특성을 가지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모터의 원리

로봇 하드웨어를 얘기할때 “모터가 얼마나 좋냐?” 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사실 이 질문의 요지는 모터가 얼마나 큰 토크를 낼 수 있느냐 보단 그 힘을 얼마나 예측 가능게, 빠르게, 일관되게, 그리고 오랫동안 낼 수 있느냐에 더 가깝습니다. 로봇 엑추에이어의 관점에서 모터는 단순히 회전하는 부품이 아니라 제어 가능한 토크의 원천으로 다뤄집니다.

모터는 기본적으로 전기 에너지를 회전 운동으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모터에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습니다: 자석과 전류가 흐르는 코일 입니다. 영구자석 (permanent magnet) 은 고정된 자기장을 만들고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또 다른 자기장이 생성됩니다. 이 두 자기장 사이의 상호작용이 회전력을 만들어내죠. 이 힘의 방향은 전류 방향과 자기장 방향에 의해 결정되고, 그 결과 회전 방향의 힘, 즉 토크가 만들어집니다.

BLDC 모터의 작동 원리 [1]

모터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다관절 로봇의 엑추에이터에선 주로 BLDC (Brushless DC) 모터가 사용됩니다. BLDC 모터는 스테이터에 배치된 여러 상의 코일에 전류를 시간적으로 정밀하게 분배함으로써 자기장 방향을 계속 회전시키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은 브러시가 있는 DC 모터에 비해 마찰이 적어 효율이 높고 내구성이 뛰어나고 정밀한 제어에 유리합니다.

BLDC 모터의 구조와 종류

BLDC 모터 내부를 보면 스테이터(stator)로터(rotor)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스테이터는 말 그대로 정지된 구조물입니다. 코일이 배치되어 있고, 전류를 흘려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기장을 만듭니다. 모터에서 “제어된다” 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요소는 이 스테이터 쪽에서 일어납니다.

로터는 회전하는 구조물입니다. 영구자석이 부착되어 있고, 스테이터가 만들어낸 자기장을 따라 가장 에너지가 낮은 방향으로 끌려가며 회전합니다.

BLDC 모터의 종류 [2]

여기서 로터를 스테이터에 바깥쪽에 두느냐, 안쪽에 두느냐에 따라 모터의 종류가 나뉩니다.

Inner Runner 모터

로터가 안쪽에 있고, 스테이터가 바깥쪽을 감싸는 구조의 모터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떠올리는 전통적인 모터 형태에 가깝습니다.

이 구조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터 자체는 작고 가볍게 유지하면서도, 높은 기어비의 감속기를 통해 충분한 출력 토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컴팩트한 패키징과 비교적 높은 페이로드가 동시에 요구되는 협동로봇(cobot) 에서 이 구조가 자주 선택됩니다.

이 경우 관절에서 사용되는 토크의 상당 부분은 모터 자체보다는 감속기에서 증폭된 토크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inner runner 모터 기반 액추에이터는 큰 외력에 순응하기보다는, 관절을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위치 제어하는 용도에 더 적합한 성향을 가집니다.

Out Runner 모터

로터가 바깥쪽에 있고, 스테이터가 안쪽에 위치한 구조의 모터입니다. 이 구조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같은 전자기력이라도 힘이 작용하는 반경이 커지면 더 큰 토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out runner 모터는 낮은 기어비와 기계적 임피던스가 낮은 감속기와 조합했을 때 장점을 잘 드러냅니다.

이 경우 관절에서의 제어 대역폭(control bandwidth) 이 높아지고, 외력에 잘 순응하는 역구동성(backdrivability) 이 확보됩니다. 이러한 특성은 접촉이 잦거나, 빠른 동작 전환이 필요한 로봇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out runner 모터는 로봇 다리 메커니즘처럼 큰 토크와 빠른 응답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스템이나, 역동적인 움직임이 중요한 로봇 플랫폼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높은 역구동성은 로봇이 외부 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접촉 과정에서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흡수하거나 재활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설계 철학은 QDD(Quasi-Direct Drive) 액추에이터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며, 이에 대해서는 이후에 따로 다룰 예정입니다.

다만 기어비가 낮아질수록 요구 토크를 모터 자체에서 더 많이 만들어야 하므로, 발열이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크고 무거운 모터가 필요해지는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합니다.

모터 네이밍 및 외관

Off-the-shelf 모터를 살펴보면 모터 직경 (Diameter) 과 높이 (Height) 에 따라 모터 넘버 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BLDC 모터에서 이 숫자는 다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3305 모터는 직경이 약 33mm, 높이가 약 5mm 인 모터를 의미합니다.

모터의 외관은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모터의 성능과 특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MIT Mini Cheetah 에 사용된 Outrunner 팬케이크 모터 [3]

지름 (Diameter)

모터 지름은 토크와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회전 반경이 커질수록 같은 전자기력에서도 더 큰 토크 생성 합니다. 그래서 저속·고토크를 모터를 원하는 경우에는 지름이 큰 모터가 유리합니다. 특히 out runner나 “팬케이크” 모터에서 이 특성이 두드러집니다.

팬케이크 모터는 공식 규격이라기보다는 형상 비율을 설명하는 이름입니다. 지름은 크고 높이는 매우 얇은 형태의 이런 모터들은 토크를 반경으로 만들고, 축 방향 공간을 아끼려는 설계에 적합합니다.

높이 (Height)

모터의 높이는 순간적인 최대 출력보다는 연속 출력과 발열 특성과 더 밀접하게 관련됩니다.

권선 (Winding) 길이가 길어지면서 저항과 자속 경로가 안정되고 모터 내부의 열 용량이 증가하며 결과적으로 연속 토크 (continous torque) 를 유지하기에 유리해집니다.

같은 지름을 가진 모터라도 높이가 다른 경우에는 얼마나 오랫동안 토크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서 차이가 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높이가 긴 모터는 발열을 잡는게 중여한 연속 구동 환경이나, 축 방향 공간을 활용하기 쉬운 리니어 액추에이터 구조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BLDC 모터에서 전압, 전류, 토크

모터에서 전류를 흘린다는 건, 단순히 “모터를 켠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기장의 크기와 방향을 직접 조절한다는 뜻입니다.

이 자기장의 세기를 결정하는 것이 전류이고,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값이 토크입니다. 그래서 BLDC 모터의 토크는 대부분의 동작 영역에서 전류에 비례한다고 설명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를 빠뜨리면 안 됩니다. 전류는 전압 없이는 흐르지 않습니다. BLDC 모터에서

따라서 전압은 토크를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토크를 만들 수 있는 조건과 한계를 결정합니다.

전압 한계와 Back-EMF

모터가 회전할 때, 코일 내부에서는 역기전력(Back-EMF)이 발생합니다. 속도가 낮을 때는 입력 전압 대부분이 전류를 흘리는 데 사용되지만, 속도가 올라갈수록 back-EMF가 커지고 실제로 전류를 밀어 넣을 수 있는 여유 전압이 줄어듭니다

결과적으로 고속 영역에서는 전류가 제한되고,토크는 자연스럽게 감소합니다.

이 현상은 반대 방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외력에 의해 모터가 역구동될 경우에도 로터의 움직임에 의해 back-EMF가 발생합니다. 이 때 모터는 발전기처럼 동작하게 됩니다. 이때 코일에는 전압이 유도되고, 회로가 닫혀 (closed circuit condition) 있다면 전류가 흐를 수 있습니다. 이 전류는 저항과 인덕턴스를 통해 열로 소모되거나 드라이버와 전원 쪽으로 되돌아가거나 회로 구성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자세한 부분은 모터 제어기 부분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발열과 토크

모터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결국 열에서 비롯됩니다. 로봇이 장시간 동작할 때 액추에이터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으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모터의 발열입니다.

전류에 의한 열 손실 [4]
모터 온도에 따른 토크 한계 [4]

모터에서의 발열은 단순히 “뜨거워진다”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즉, 토크 상수 자체가 발열 상태에 따라 변하게 됩니다.

이 변화는 갑작스럽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짧은 실험이나 단발성 테스트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속 동작이나 반복 작업에서는 제어 성능 저하로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모터 데이터시트에서 가장 중요한 값은 stall 토크가 아니라 연속 토크 (continuous torque / rated torque)입니다. 연속 토크란 허용 온도 범위 내에서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토크를 의미합니다. 로봇 액추에이터 설계에서 장시간 이 값을 넘어서 사용하기 시작하면, 문제는 시간차를 두고 드러납니다.

References

[1] https://docs.espressif.com/projects/esp-iot-solution/en/release-v2.0/motor/bldc/bldc_overview.html [2] https://www.gian-transmission.com/a-comprehensive-guide-to-brushless-dc-motor/ [3] https://www.semanticscholar.org/paper/A-low-cost-modular-actuator-for-dynamic-robots-Katz/80732f8a46655aa4a1037a7fbdc154f4ceb33c50 [4] https://things-in-motion.blogspot.com/2019/05/understanding-bldc-pmsm-electric-motor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