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하드웨어 01] - 로봇 하드웨어란?

Physical AI 관점에서 본 다관절 로봇 하드웨어

로봇 하드웨어란 무엇일까?

로봇 하드웨어라고 하면 보통 모터나 프레임 같은 눈에 보이는 부품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사전적인 의미로만 보면 하드웨어는 단순히 물리적인 구성요소를 뜻합니다. 그런데 다관절 로봇에서 말하는 하드웨어는 구동 메커니즘, 센서, 제어 PC 을 넘어서 모터를 높은 주기에서 제어하는 임베비드 시스템, 제어 PC 와의 통신을 위한 네트워크 구성, 중력 보상 같은 물리 모델 기반 제어, 그리고 보행 로봇이 넘어지지 않기 위한 CoM (Center of Mass) 제어나 기본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적제어 계열의 제어기까지도 많은 경우 로봇에서는 “하드웨어 레벨”로 묶어서 이야기해요.

엄밀히 말하면 이런 것들은 소프트웨어에 속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로봇은 실험이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상태까지조차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로봇 하드웨어를 단순히 “모터가 많이 달린 기계” 정도로 생각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Physical AI 관점에서 보면, 로봇은 단순히 명령을 실행하는 기계라 아니라 물리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지능형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로봇은 직접 힘을 전달하고, 그 힘에 대한 반작용으로 환경이 변하며, 그 변화를 다시 센서를 통해 감지하죠. 이 과정의 중심에는 항상 하드웨어가 있습니다.

다양한 다관절 로봇들이 구조적인 외관은 서로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하드웨어마다 크게 다릅니다. 같은 관절 구조처럼 보여도 감속기의 종류와 재질, 감속비에 따라 출력 임피던스와 역구동성 (backdrivability)이 달라지고, 이는 접촉 순간 로봇이 얼마나 단단하게 혹은 부드럽게 반응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바뀝니다.

여기에 로봇 전체의 질량 분포와 관성이 더해지면 같은 제어 입력이라도 실제로 전달되는 힘과 가속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조작 (manipulation) 이나 보행 (locomotion) 처럼 반복적인 접촉이 포함된 작업에서는 이 차이가 안정성이나 성공률로 바로 이어지죠.

센서와 제어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어 주기, 통신 지연과 노이즈, 센서의 감도와 선형성, 히스테리시스 특성은 여기에 구조 강성, 관절 강성, 마찰 같은 요소까지 더해지면, 로봇이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은 수많은 고전역학적·전자기학적 특성들이 결합된 결과가 됩니다.

AI 와 로봇 하드웨어

이런 다양한 하드웨어 요소들 때문에, 로봇의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에서 완전히 재현하는 데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마찰, 구조 유연성, 센서 비선형성, 통신 지연처럼 작아 보이는 요소들이 실제 상호작용에서는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최근 많이 시도되는 AI 기반 접근법, 특히 강화학습 (Reinforcement Learning) 기반 제어 및 정책 학습에서는 시뮬레이션만으로 학습한 모델이 실제 로봇에서 그대로 동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니다. 흔히 이를 “sim-to-real gap” 라고 부릅니다. 로봇이 환경과 주고받는 힘과 반응은 결국 하드웨어가 만들어내는 물리적 특성 위에서 결정되기 때문이에요.

더 큰 문제는 이 물리적 특성이 로봇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한 로봇에서 수집한 데이터나 학습된 제어기가 다른 로봇에서는 동일한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실제 로봇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 자체도 어려울 뿐더러, 서로 다른 플랫폼 간에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재사용하는 일은 더 까다롭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AI 기반 로봇 제어의 한계는 알고리즘 그 자체보다 하드웨어가 규정하는 물리적 조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드웨어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AI가 왜 실패하는지, 어디까지 가능한지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로봇 하드웨어의 이해

그래서 이 블로그에서는 로봇 하드웨어를 여러 계층으로 나눠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기계 구조와 액추에이터부터, 이를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구동 메커니즘과 센서, 그리고 low-level 제어와 물리 모델 기반 제어까지 다관절 로봇이 동작하기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 요소들을 단계별로 살펴볼 생각입니다.

각 계층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디에서 한계가 생기며, 그 한계가 실제 로봇의 성능이나 AI 기반 제어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짚어보려고 합니다. 로봇을 단순히 사용하는 입장이 아니라, 직접 다루고, 고치고, 설계해야 하는 관점에서 정리해보는 게 목표입니다.